소송수행자에서 대리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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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수행자라는 단어가 있다. 생소할 수 있지만 국가나 행정청 등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해 본 경험이 있는 독자들은 한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법무부장관은 법무부의 직원, 각급 검찰청의 검사 또는 공익법무관을 지정하여 국가소송을 수행하게 할 수 있으며, 행정청의 소관사무나 감독사무에 관한 국가소송에서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해당 행정청의 장의 의견을 들은 후 행정청의 직원을 지정하여 그 소송을 수행하게 할 수 있는데, 바로 이와 같이 국가소송을 수행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받은 자를 소송수행자라 한다.
필자는 얼마 전까지 국방부 법무관리관실 국방송무팀에서 국가소송을 담당하는 군법무관으로서 재직하다 전역하였다. 즉 필자는 그동안 대한민국과 국방부장관에 대한 소송에 있어 그들의 대리인격인 소송수행자였다.
해당 소송에서만큼은 대한민국을, 국방부를 대표하는 사람이라는 긴장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성실히 소송을 준비하였다. 담당자와 면담도 하고, 여러 기관에 질의도 하고, 때로는 직접 출장도 다녀오곤 했다. 늦은 시간까지 수없이 많은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뒤져보기도 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그 노력이 통하였는지 대부분의 소송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물론 이는 필자의 노력의 산물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전국의 소송수행자들이 소송수행에 만전을 기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국가를 상대로 하는 소송에 있어 원고의 주장이 받아들여지기가 쉽지 않다. 이는 필자가 겪어본 어느 원고들의 조금은 당황스러운 주장처럼 ‘법원도 국가기관이니 판사들도 국가편’이어서가 아니라 다른 여느 소송들과는 달리 당사자 간에 지위격차가 있기 때문이다. 국가는 강자이고 일반인은 약자라는 의미가 아니다. 증거수집의 측면, 주장 및 대응의 측면에서 일반인의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은 기본적으로 매우 불리한 위치에서 출발하는 것이라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송수행자로서 소송을 수행하다보면 가끔은 국가나 행정청이 국민을 상대로 처분 등을 함에 있어 법적으로 간과한 부분들을 발견할 때가 있다. 아니 사실 종종 있다. 이를 파악하고 날카로운 주장을 하여 오는 원고대리인들도 계셨지만 미처 그렇지 못한 대리인분들도 적지 않았다. 원고의 입장에서는 애석한 일이겠지만, 국가의 주장자체가 이율배반적이면 모르겠으되 국가소송수행자로서 이러한 부분을 원고에게 알리거나 법정에서 밝힐 이유도 없거니와 그럴 수도 없었다. 단지 구제방법을 몰라 억울해하시는 원고들에게 소송수행자로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언과 위로를 해드릴 뿐이었다.
필자는 전역 후 안산의 법률사무소 ‘의담’에서 새롭게 출발하게 되었다. 이제는 소송수행자로서가 아닌 대리인으로서 보다 실질적인 조언과 조력을 드리고 싶었다. ‘의담’은 각 분야의 전문가라고 할 수 있을 동료들과 함께 하는 곳이다. 그들이 내게 그러하듯이 필자는 국가·행정소송에 있어 동료들과 많은 것을 공유하며 함께 발전해 나갈 것이다.
국가를 상대로, 행정청을 상대로, 그리고 軍을 상대로 다투고 싶은 분들이 많을 것임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 중에는 흔히 말하는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생각에 지레 단념하신 분들도 있을 것이고, 억울하고 아쉽지만 다툴 생각자체를 못하고 계신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가행정은 어디까지나 국민을 위한 것이고 국민의 충분한 권리실현은 당위의 문제이다. 이제 필자는 국가와 행정청의 입장이 아닌 국민의 입장에서 그들에게 정당한 주장을 해보려고 한다.
출처 : 반월신문(http://www.banwo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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